연금 개혁, 기금 소진 8년 연장…그러나 구조적 한계 여전
지난해 단행된 국민연금 개혁이 기금 소진 시점을 일정 부분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노인 빈곤과 노후 소득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다층노후소득보장제도의 위기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연금 개혁 이후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이 기존 대비 7년 늦춰진 2048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8년 연장된 2065년으로 각각 조정됐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골자로 한 이번 개혁이 재정 안정화에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노인 빈곤율, 여전히 OECD 최하위권
그러나 재정 안정화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공백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국민연금만으로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단일 체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행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2·3층 연금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노후 빈곤을 방어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 체계 강화 시급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영세 사업장 근로자와 자영업자, 플랫폼 종사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 대한 제도적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위기 봉합'에 그쳤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기금 소진 시점을 뒤로 미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질 소득대체율 제고와 수급 사각지대 해소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이다.
노후 불평등 심화 우려…추가 개혁 논의 불가피
연구원은 현행 구조가 유지될 경우 노후 소득 불평등이 세대 내, 세대 간 양방향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고소득층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두터운 노후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비정규직 계층은 국민연금마저 충분히 적립하지 못해 빈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의 보장 기능 강화, 퇴직연금 의무 가입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충 등 후속 정책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출발점에 불과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촘촘한 노후 보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추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