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반쪽짜리' 지적 속 다층 보장체계 강화 목소리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운용 수익률 개선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을 포함한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전면적인 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재정 안정화라는 단기 목표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노후 생활 안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료율을 높여 기금의 수명을 연장하더라도, 실질적인 급여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령층의 빈곤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노후 소득의 '두 번째 축' 역할 강화해야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퇴직연금이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 사각지대가 넓고 수익률이 낮으며, 중도 인출이 빈번해 정작 노후에 활용되는 적립금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도 많아, 보호가 가장 절실한 계층이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의무 가입 범위를 확대하고, 적립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디폴트 옵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 연금 수령 방식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유도하는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층·2층·3층 구조, 균형 잡힌 설계가 핵심
노후소득보장 체계는 흔히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의 다층 구조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세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하지 못하고 국민연금 한 곳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실질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만의 개혁으로는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부 연구기관은 세 축이 균형 있게 기능하는 선진국의 연금 모델을 참고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와 자동 가입 확대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 다변화와 운용 규제 합리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고령화 가속에 구조 개혁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2025년 현재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연금 재정에 구조적인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점이 다층 연금 체계를 정비할 수 있는 마지막 적기에 가깝다고 경고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범사회적 합의와 신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노후 소득 보장의 문제는 단순한 재정 계산의 영역을 넘어, 수천만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사회적 과제다. 기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국민 모두가 실질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연금 체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