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 1113만 명 돌파, 은행권 시니어 특화 전략 본격화
국내 은행권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기점으로 시니어 금융 서비스 경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예금과 연금 상품 판매를 넘어 치매 대비 신탁, 상속 설계, 기업승계 컨설팅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고령층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113만 8529명으로 전체 인구 5109만 5330명의 2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은행권이 전략적으로 시니어 금융 서비스 재편에 나서는 핵심 배경이 되고 있다.
예금·연금 넘어 신탁·생활자금 대출로 확대
은행들의 시니어 금융 서비스는 과거 예금과 연금 중심에서 벗어나 신탁 상품과 생활자금 대출 영역까지 급격히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치매나 인지 능력 저하에 대비한 '후견 신탁'과 '유언 대용 신탁'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상품들은 고령 고객이 자신의 판단 능력이 온전한 시점에 미리 자산 운용 방식을 설정해두고, 인지 능력이 저하되더라도 본인의 의사대로 자산이 관리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생활자금 대출 분야에서도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역모기지 연계 상품과 연금 담보 대출 등이 새롭게 출시되며 고령 고객의 실질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승계 컨설팅, 시니어 금융의 새 격전지
은행권이 시니어 금융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기업금융과 연계된 기업승계 서비스다. 고령의 중소기업 오너들이 자녀 세대로의 경영권 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인 자산 정리, 가업 상속세 절세 전략, 지분 구조 재편 등 복합적인 금융 솔루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세무사, 법무사, 자산관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 컨설팅 팀을 별도 운영하며 기업주 고객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승계 수요는 단순히 자산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세대 간 연결 고리가 되는 장기 거래 관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자산 집중 현상, 시장 규모 더 커진다
시니어 금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는 자산 집중 현상에 있다. 국내 금융 자산의 상당 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세대의 자산 이동 흐름을 선점하는 것이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심화와 함께 상속·증여 관련 금융 수요가 향후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 금리 경쟁보다는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 역량을 갖춘 은행이 시니어 금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제는 '접근성'과 '신뢰'
다만 시니어 금융 서비스 확대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금융 환경에서 상당수 고령 고객은 여전히 비대면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복잡한 신탁 구조나 세무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역량도 은행별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고객은 금리나 수수료보다 신뢰와 전문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이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진정한 시니어 금융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고령사회의 본격화와 함께 은행권의 시니어 금융 경쟁은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