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흐름 없는 자산가, 진정한 노후 준비 아니다
대학 내 평생교육원에서 인기 있는 수강생은 따로 있다.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아니라, 퇴직한 공무원이나 교사 출신이 그 주인공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산세 부담에 허덕이고, 손을 벌리는 자녀의 요구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점심 한 끼 선뜻 내기 어려운 현금 없는 땅부자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무원이나 교사 출신 퇴직자들은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이 통장으로 꼬박꼬박 입금된다. 자산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현금 흐름이 있기에, 여유로운 노후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노후의 질은 자산의 총량이 아니라 월별 현금 흐름이 결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금의 핵심은 '다층 구조' 이해에 있다
안락한 노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금 구조에 대한 이해, 즉 '연금 IQ'를 높이는 것이 선결 과제다. 한국의 연금 체계는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직역별로 운용되는 공무원·교원·군인연금 등의 직역연금, 그리고 개인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노후 소득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노후 적정 생활비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율은 40%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한 자기 주도적 준비가 필수적이다.
퇴직연금, 방치하면 기회를 잃는다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퇴직연금이다. 특히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스스로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직장인들이 별도의 운용 지시 없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해두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으로는 실질 자산 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연령대별 투자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대와 40대 초반에는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50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안정형 자산으로 비중을 이동시키는 이른바 '생애주기 포트폴리오'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개인연금저축, 세제 혜택까지 챙겨야 진짜 재테크
개인연금 중에서도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저축펀드와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노후 준비와 절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며, 연 소득과 나이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진다. 소득이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납입액의 16.5%를 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수익률 제고 효과가 상당하다.
다만 연금저축은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해야 저율 과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중도 해지 시에는 기타소득세로 16.5%가 부과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복리의 힘
연금 준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간이다. 복리의 원리상 30대에 시작한 연금 불입액은 50대에 시작한 것과 비교해 최종 수령액에서 수배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노후 준비를 미룰수록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IQ를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 연금 계좌를 지금 당장 조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금융감독원의 '내 연금 조회 서비스'를 통해 현재 보유 중인 연금 자산의 현황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첫걸음이다. 건강이 노후의 첫 번째 자산이라면,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연금은 그 건강한 노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두 번째 자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