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의 동반 효과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 조정하며,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반도체·AI 수요 급증이 성장률 끌어올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발표한 '2026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 대비 큰 폭으로 상향된 수치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붐과 맞물린 반도체 수출 강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이 같은 흐름을 견인하며 국내 경제 전반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망치 상향에도 드리운 불안 요인들
그러나 장밋빛 성장 전망 이면에는 복수의 리스크 요인이 공존한다.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다. 유가 불안은 국내 생산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켜 경기 회복의 속도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물가 안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오히려 경기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통화정책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내수 회복의 과제, 양극화된 성장의 그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수출과 내수 사이의 성장 온도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성장률 수치의 개선이 실질적인 민생 경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계부채 부담과 고금리 환경이 소비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이 수출 성장의 낙수 효과를 내수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구조적 체질 개선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반도체 단일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적 특성상 수요 둔화 국면이 도래할 경우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경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바이오, 방산, 이차전지 등 차세대 수출 주력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산업 다각화 전략과 함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중장기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8%라는 숫자가 일시적 반짝 성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도체를 넘어선 경제 전반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