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급랭, 금리 불확실성 확대
미국 기준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약 절반에 달하는 45%가 6월에도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9%가 동결을 예상하며,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금리 움직임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이 꼽은 시장금리 상승의 핵심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으로, 이는 국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직결된다. 둘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다. 두 요소가 중첩되며 장기물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연준 경로 불확실성, 국내 채권 시장에 직격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에서 지속되면서 연준의 피벗(pivot) 시점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무너지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채권 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만큼 장기채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단기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듀레이션(duration·채권 평균 만기) 축소 전략을 강화하며 금리 상승 리스크에 대한 방어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 6월 동결 유력…독자 인하 여력은 제한적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사실상 단일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응답자의 99%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과의 금리 역전 폭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결 전망의 근거로 제시된다.
물가 측면에서도 한은의 독자적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농산물·서비스 물가 역시 한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재차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통화당국 내부에서도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 신중한 접근 요구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인 방어 전략을 우선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 발표, 연준 위원들의 발언 등 대외 변수에 따라 국내 장기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연준의 금리 경로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국내 시장금리도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며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물가와 성장 양 측면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채권 포트폴리오의 보수적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