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올해 1분기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에 버금가는 수익을 달성하며 증권업계에 강렬한 충격파를 던졌다.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이면에는 강성묵 대표이사가 진두지휘한 구조적 전략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개월 만에 완성한 1년치 장사
하나증권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적을 단순한 시황 호조의 반사이익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장기적인 수익 구조 재편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기관 및 글로벌 부문에서의 수수료 수익 확대,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의 성과 개선, 그리고 발행어음 사업의 가파른 외형 성장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실적 급등의 토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강성묵 대표의 배수진, 발행어음으로 자금 조달의 판을 바꾸다
강성묵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하나증권의 자본력 강화와 고수익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그 전략적 무기 중 하나가 바로 발행어음이다.
발행어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만이 취급할 수 있는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은행 예금에 버금가는 안정성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앞세워 개인 및 법인 투자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잔고를 단기간에 대폭 확대하며 조달 비용 대비 운용 수익의 스프레드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발행어음 잔고의 성장세가 유지되는 한 하나증권의 이자 수익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며 구조적 수익성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열어젖힌 새로운 수익 지평
하나증권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강성묵 대표는 AI 기술을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가 아닌, 투자 분석과 리스크 관리,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왔다.
AI 기반 투자 분석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시장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높였으며, AI를 활용한 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는 리테일 고객의 충성도와 예탁 자산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관 영업 부문에서도 AI를 접목한 리서치 역량 강화가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퀀텀 점프의 조건, 얼마나 갖춰졌나
이번 실적 급등이 일시적 이벤트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의 진입을 의미하는지가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긍정적 신호는 분명하다. 발행어음 잔고 확대에 따른 안정적 이자 수익 기반, AI 기술 투자에 따른 중장기 경쟁력 강화, 글로벌 및 대체투자 부문의 파이프라인 확대가 맞물리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형 딜에 대한 참여 역량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상존한다. 글로벌 금리 변동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잠재 부실 우려, 그리고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은 하나증권 역시 비껴갈 수 없는 변수들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에도 발행어음 성장세와 글로벌 수수료 수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하나증권의 퀀텀 점프 서사는 설득력을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지형 변화의 서막
하나증권의 약진은 증권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 '빅3' 중심의 질서에 균열이 생기면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2강 후보군의 부상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묵 대표가 내건 배수진, 즉 AI와 발행어음이라는 두 축이 자본시장의 판을 실질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실적이 증명해 보였다. 시장은 이제 하나증권이 이 모멘텀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성장 엔진으로 전환하느냐를 주시하고 있다.
